박이화의 <신규방가 - 백목련>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155) 신규방가 - 백목련 ― 박이화 차타리 부인도 그렇고 보바리 부인도 그렇고 수로 부인도 그렇고 왜 동서고금의 부인들은 모다 에로틱 할까? 그럼 외로울 사 이내 몸도 목련 부인이라 고쳐 보면 꽃 중에 가장 농염한 꽃이 될 수 있을까? 그러나 내가 슬픈 ..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11.17
윤정구의 <옥잠화>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154) 옥잠화 ― 윤정구 두 누님은 쪽을 찌고 시집을 갔다 (어흠어흠) 갓 쓴 아버지는 가끔 헛기침을 하셨다 (시집 갈 때까지 머리 볶는 것은 안 되고 말고!) 셋째 누님이 결혼식 전날 몰래 파마를 하고 돌아왔을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슬아슬하다 셋째 누님..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11.16
남대희의 <제비꽃>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153) 제비꽃 ― 남대희 월남댁 밭둑에 제비꽃이 피었다 바지랑대 휘도록 제비들이 모여앉아 지지배배거리던 시절이 있었다 밥상머리가 휜 바지랑대 같던 시절 “지, 잘 묵고, 우리 숟가락 하나 덜면 됐제” 한마디가 식솔 덜어내는 명분으로 충분했던 시절 ..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11.16
채호기의 <감귤>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152) 감귤 ― 채호기 가지에 달린 노란 감귤 동그랗게 뭔가를 포옹하고 있는 오돌오돌한 감귤 껍질 누군가 껍질을 까면 시고 달착지근한 말랑말랑한 것 실핏줄이 도드라져 보이는 작은 심장 먹을 수 없어서 망설입니다 살아서 두근거리는 연약한 것 동그랗..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11.16
박남준의 <흰 부추꽃으로>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151) 흰 부추꽃으로 ― 박남준 몸이 서툴다 사는 일이 늘 그렇다 나무를 하다보면 자주 손등이나 다리 어디 찢기고 긁혀 돌아오는 길이 절뚝거린다 하루해가 저문다 비로소 어둠이 고요한 것들을 빛나게 한다 별빛이 차다 불을 지펴야겠군 이것들 한때 숲을..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11.01
심재휘의 <백일홍>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150) 백일홍 ― 심재휘 창가의 화분에 꽃을 피운 백일홍 한 송이가 저물고 있다 외출했다가 돌아와 보면 유리창에 어깨를 한없이 기댄 꽃 석 달 열흘 기한으로 붉은 꽃 가을볕에 말라가며 이제 제 빛을 물리고 있다 나는 쓰고 있던 긴 편지를 버린다 소리 없..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10.29
변계수의 <백목련>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149) 백목련 ― 변계수 한창 피고 있다 환하다 설움의 바다로 고였다 텅 빈 가지에 지평선이 어둡다 피면 필수록 외로워지는 백목련 꽃잎은 떨고 있다 눈시울이 섬뜩하다 꽃에게 버림받은 나 ‘백목련(木蓮)’은 중국 원산의 미나리아재비목 목련과의 낙엽..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10.27
조정권의 <코스모스>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148) 코스모스 ― 조정권 십삼촉보다 어두운 가슴을 안고 사는 이 꽃을 고사모사(高士慕師)꽃이라 부르기를 청하옵니다 뜻이 높은 선비는 제 스승을 홀로 사모한다는 뜻이오나 함부로 절을 하고 엎드리는 다른 무리와 달리, 이 꽃은 제 뜻을 높이되 익으면 ..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10.26
이영광의 <나팔꽃>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147) 나팔꽃 ― 이영광 가시 난 대추나무를 친친 감고 올라간 나팔꽃 줄기, 그대를 망설이면서도 징하게 닿고 싶던 그날의 몸살 같아 끝까지 올라갈 수 없어 그만 자기의 끝에서 망울지는 꽃봉오리, 사랑이란 가시나무 한그루를 알몸으로 품는 일 아니겠느..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10.25
이돈희의 <억새>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146) 억새 ― 이돈희 높새바람 세차도 느린 춤을 추는 느긋함이여 마른 꽃 보듬고 서서 죽은 풀이여 청대 같은 젊은 날 추억 속에 묻어 버리고 바람만 먹고도 겨울 나는 하얀 노후여 ‘억새’는 전국 산야의 햇빛이 잘 드는 풀밭에서 큰 무리를 이루고 사는 ..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