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효근의 <엉겅퀴의 노래>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185) 엉겅퀴의 노래 ― 복효근 들꽃이거든 엉겅퀴이리라 꽃 핀 내 가슴 들여다보라 수없이 밟히고 베인 자리마다 돋은 가시를 보리라 하나의 꽃이 사랑이기까지 하나의 사랑이 꽃이기까지 우리는 얼마나 잃고 또 떠나야 하는지 이제는 들꽃이거..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12.14
안준철의 <개망초 2>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184) 개망초 2 ― 안준철 감기 기운에 이틀째 목이 잠겨 지내는데 횡단보도를 막 건너온 나에게 한 남자가 차를 세우더니 길을 묻네 그려 허허, 급한 마음에 목구멍이 터져 간신히 길 일러주고 돌아서는데 길가에 개망초 두어 송이 피어 있네 그려 그..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12.13
유홍준의 <작약>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183) 작약 ― 유홍준 유월이었다 한낮이었다 있는 대로 몸을 배배 틀었다 방바닥에 대고 성기를 문질러대는 자위행위처럼 간질을 앓던 이웃집 형이 있었다 꽃송이처럼 제 몸을 똘똘 뭉쳐 비비적거리던 형이 있었다 번번이 우리 집에 와서 그랬다 ..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12.13
손택수의 <감자꽃을 따다>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182) 감자꽃을 따다 ― 손택수 주말농장 밭고랑에 서 있던 형이 감자꽃을 딴다 철문 형, 꽃 이쁜데 왜 따우 내 묻는 말에 이놈아 사람이나 감자나 너무 오래 꽃을 피우면 알이 튼실하지 않은 법이여 꽃에 신경 쓰느라 감자알이 굵어지지 않는단 말..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12.13
박제영의 <능소화>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181) 능소화 ― 박제영 요선동 속초식당 가는 골목길 고택 담장 위로 핀 꽃들, 능소화란다 절세의 미인 소화가 돌아오지 않는 왕을 기다리다가 그예 꽃이 되었단다 천년을 기다리는 것이니 그 속에 독을 품었으니 함부로 건드리지 말란다 혹여 몰..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12.12
손순미의 <칸나의 저녁>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180) 칸나의 저녁 ― 손순미 찬물에 밥을 말아 먹었다 더운 바람이 불어오고 마당에 칸나가 피었다 소스라치게 피었다 체한 것이 아닐까 아닐까 했을 때 붉은 꽃의 성대에서 칸나가 피었다 터져 나오는 자궁의 홍등(紅燈)을 어쩌지 못한 나는 주근..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12.12
류인서의 <가시연꽃>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179) 가시연꽃 ― 류인서 당신이 보여준 여름 늪지 가시연꽃은 새를 닮았다 봐라, 물의 꽃대 위에 꽁꽁 묶여있는 저것 가시 숭숭한 큰칼을 목에 쓴 사나운 새 한 마리 물 한가운데 갇혀있다 새는 부어오른 목을 바짝 하늘로 치켜든 채 고통스런 울..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12.11
이성목의 <동충하초>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178) 동충하초 ― 이성목 동물들은 이 땅을 떠나기 위하여 뿌리를 가지지 않는다 무릇 식생이란 머물러 살기 위하여 발을 가지지 않는다 한 줌 움켜쥘 수 없는 발과 한 발자국도 뗄 수 없는 뿌리가 서로 고립무원이 되는 것을 본 적 있는가 할퀴고 찢기는 것..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12.10
김용오의 <사철 채송화>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177) 사철 채송화 ― 김용오 요즘 내가 살면서 한 것 중에 그래도 자랑할 만한 부분이 있다면 후덕한 장봉도 민박 아줌마로부터 진한 갯벌 냄새로 포장을 한 너를 몇 그루 분양받은 일이었다. 찬바람 속에서도 푸름을 잃지 않고 줄기를 잘라 아무데나 꽂아도..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12.10
신현정의 <사루비아>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176) 사루비아 ― 신현정 꽃말을 알지 못하지만 나는 사루비아에게 혹시 병상에 드러누운 내가 피가 모자랄 것 같으면 수혈을 부탁할 거라고 말을 조용히 건넨 적이 있다 유난히 짙푸른 하늘 아래에서가 아니었는가 싶다 사루비아, 수혈을 부탁해. ‘사루비..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