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홍구의 <채송화>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15) 채송화 - 허홍구 발뒤꿈치 한 번 들지 않았었구나 몸 낮추어도 하늘은 온통 네게로 왔구나 울타리 하나 세우지 않고도 꽃밭을 일구었구나 올망졸망 어깨동무 하고 사는구나 채송화(菜松花)는 남아메리카가 원산지로 알려져 있는, 중심자목 ..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9.01.23
김길자의 <금꿩의 다리>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14) 금꿩의 다리 ― 김길자 산새들이 즐겨 노래하는 수목원에서 야리야리한 자줏빛 다리 가진 그녀를 만났다 누가 키웠을까 헌칠한 키에 다섯 폭 치마 힘껏 펼쳐 들고 꽃망울 터트리는 그 자태 고요가 흐르는 숲 속에 보랏빛 꽃잎에 노랑 꽃술로..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9.01.21
이원규의 <능소화>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13) 능소화 ― 이원규 꽃이라면 이쯤은 돼야지 화무십일홍 비웃으며 두루 안녕하신 세상이여 내내 핏발이 선 나의 눈총을 받으시라 오래 바라보다 손으로 만지다가 꽃가루를 묻히는 순간 두 눈이 멀어버리는 사랑이라면 이쯤은 돼야지 기다리..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9.01.17
고정국의 <엉겅퀴>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12) 엉겅퀴 ― 고정국 쉽사리 야생의 꽃은 무릎 꿇지 않는다 빗물만 마시며 키운 그대 깡마른 반골의 뼈 식민지 풀죽은 토양에 혼자 죽창을 깎고 있다 ‘엉겅퀴’는 초롱꽃목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가시가 많아 ‘가시나물’이라고도 하는데 한국, 일..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9.01.17
이성자의 <청매화 피는 날>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11) 청매화 피는 날 ― 이성자 숨쉬는 모든 것은 다 소리를 낸다. 뿌리 끝에서 잎새 끝까지 밤새워 눈 맞으며 청매화 피는 소리 새벽 동트는 소리 땅을 뚫고 살갖을 찢고 꽃봉오리가 파열하는 소리 애써 참는 고통의 소리도 소리 있음으로 태어나..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9.01.16
지하선의 <냉이꽃>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10) 냉이꽃 ― 지하선 조등처럼 흔들리는 오솔길 내 유년을 키웠던 할머니의 눈물 밥이 하얗게 끓고 있어요 할머니 가슴에 통증으로 박혀있던 바늘같은 나 할머니의 장죽(長竹)에서 올라오는 아리고 쓰린 한숨이 굽은 등 위로 어룽지다가 그믐..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9.01.15
장순금의 <사과>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9) 사과 ― 장순금 나이테가 낳은 사과나무의 알, 매끈한 살갗에 태양이 붉은 지장을 찍었다 과육 속으로 빛살은 실핏줄의 여린 길을 터주고 바람은 아득하게 잦아들어 과육 속의 까만 씨가 되었다 나이테 속에서 익어간 시간의 즙 뿌리..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9.01.13
문숙의 <홍연(紅蓮)>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8) 홍연(紅蓮) ― 문숙 연꽃이 진흙 속에서 그냥 피어난 줄 아니 뿌리 속에 연탄구멍처럼 뚫려있는 터널을 봐 냄새나는 고요와 싸우며 불길을 제 속으로 말아 넣고 산 흔적이지 들숨만으로 견뎌온 것들은 제 안에 터널 몇 개쯤은 갖고 살지 작은..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9.01.13
송태옥의 <도라지꽃幻>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7) 도라지꽃幻 ― 송태옥 보라빛 말을 하고 싶었어요 어둠의 나날을 땅 속에서 지내고 새순이 돋자 이슬을 맞아가며 당신을 그리워했어요 당신에게 다가가고 싶어서 당신에게 들릴 말을 내 안에 키웠어요 새잎을 하나씩 틔워가며 건넬 말을 키..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9.01.12
하청호의 <파>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6) 파 ― 하청호 파를 심었다 깊은 밭고랑에 파가 기대도록 복을 돋우었다 비스듬히 늘려 심었다 며칠 후, 놀라워라 파는 제 몸을 창끝으로 세워 푸르게 서 있었다 주위엔 서늘한 기운이 감돌고 산 백일홍 꽃망울들이 핏빛으로 터지고 있었다 ..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9.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