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태의 <고마리>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35) 고마리 ― 김종태 개울가 도랑 옆에 살아도 끌밋한 잎사귀 하늘을 찌른다 졸졸 흐르는 물에 씻겨 꽃잎 새하얗다 그 속에서 빨래하는 누나 손목보다 더 흰 꽃잎 끝에 손톱 봉숭아물보다 더 곱게 물든 입술 토라져 뾰족 내민 앙증맞은 자태 물..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9.12.27
양진건의 <치자꽃>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34) 치자꽃 ― 양진건 올 장마에도 치자는 피어 내음은 거침없이 사방을 공략하고 그 절대적인 설득력으로 숨 끊어놓고 이어놓고 몇 번이고 진저리치게 하는 검버섯 그림자 같은 꽃. 죽은 사람은 없는 것이라고 죽은 사람의 엄연한 부재를 지적할 ..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9.12.18
강경주의 <곶감>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33) 곶감 - 강경주 피가 마르고 살이 마른다 가죽이 다 벗겨진 알몸뚱이 한 가닥 실에 꿰인 채 줄줄이 능욕을 당하고 있다. 얼렸다 녹였다를 반복하며 잠도 재우지 않은 채 혼쭐을 빼는 육탈의 긴 시간 뼈마디 마디 다 녹아내린 다음 얼굴 몰골 다 ..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9.12.07
손영의 <채송화>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32) 채송화 - 손 영 커다란 가방이 온다 가방에 매달린 아이가 해맑게 웃는다 나이는 열다섯 키는 다섯 살 얼굴은 영글었지만 키는 자라지 않았다 집요한 시선 어디서나 끈질겨도 늘 웃음을 보낸다 양지바른 곳에서 자란 아이 얼굴에는 그늘 한 ..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9.12.04
손영의 <왕고들빼기 일지>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31) 왕고들빼기 일지 - 손 영 잡초들이 모두 뽑혀나간 꽃밭 홀로 살아남은 왕고들빼기 꽃들에 끼어 짐짓 꽃인 척 튼실하게 차올랐다 지친 폭우와 장마에도 질기게 여름을 붙들고 살아남아 성장일지 기록할 사이도 없이 키를 늘리고 가슴을 세우..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9.12.04
구정혜의 <물봉숭아>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30) 물봉숭아 ― 구정혜 물처럼 살고자 했던 그 여자 신데렐라처럼 온몸으로 사랑받는 봉선화와는 달리 축축한 그늘에서 산다 언제나 뒤편에 서서 뭇사람들이 사는 세상을 말없이 바라본다 이제는 서서히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조차 멀어져 간..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9.05.25
도종환의 <봉숭아>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29) 봉숭아 ― 도종환 우리가 저문 여름 뜨락에 엷은 꽃잎으로 만났다가 네가 내 살 속에 내가 네 꽃잎 속에 서로 붉게 몸을 섞었다는 이유만으로 열에 열 손가락 핏물이 들어 네가 만지고 간 가슴마다 열에 열 손가락 핏물자국이 박혀 사랑아 너는 ..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9.05.01
오유균의 <자목련>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28) 자목련 ― 오유균 깊게 들이마신 숨을 천천히 1/3을 보내고 정지. 가늠자 위에 핀 목표물, 눈과 눈 사이를 피가 튈 틈도 없이 뒤통수까지 눈이 마주치는 단 한 번 검지의 힘만으로, 44매그넘 명치의 정중앙 딱, 한 발 시인들의 상상력은 무궁무..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9.04.04
이병기의 <난초(蘭草)>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27) 난초(蘭草) ― 이병기 1 한 손에 책(冊)을 들고 조오다 선뜻 깨니 드는 볕 비껴가고 서늘바람 일어오고 난초는 두어 봉오리 바야흐로 벌어라 2 새로 난 난초잎을 바람이 휘젓는다. 깊이 잠이나 들어 모르면 모르려니와 눈뜨고 꺾이는 양을 차마 어찌 보리..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9.03.31
이병기의 <냉이꽃>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26) 냉이꽃 ― 이병기 밤이면 그 밤마다 잠은 자야 하겠고 낮이면 세 때 밥은 먹어야 하겠고 그리고 또한 때로는 시(詩)도 읊고 싶고나 지난봄 진달래와 올 봄에 피는 진달래가 지난여름 꾀꼬리와 올 여름에 우는 꾀꼬리가 그 얼마 다를까마는 새..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9.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