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의 <해바라기>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85) 해바라기 — 최승호 빛의 자식인 양 보라는 듯이 원색의 꽃잎들을 펼치는 해바라기는 太陽神을 섬기는 인디언 추장의 머리 같다 자기를 섬기든 말든 개의치 않고 太陽神이 비틀어놓는 늙은 머리들 그래도 오로지 생명의 빛깔이 원색인 곳을 향해 해바..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1
최광임의 <산수유꽃>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84) 산수유꽃 — 최광임 넓은 냄비에 카레를 끓인다 불꽃의 중심에서 꽃이 핀다 굴참나무 아래 쪽빛 드는 구릉 사이 타닥타닥 산수유꽃 피어나듯 약한 불꽃 가장자리에서부터 오르는 기포 철판도 더 뜨거운 한쪽이 있다니, 나도 그대 앞에선 뜨거운 꽃이지..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1
박남준의 <풍란>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83) 풍란 — 박남준 풍란의 뿌리를 만진 적이 있다 바람 속에 고스란히 드리운 풍란의 그것은 육식 짐승의 뼈처럼 희고 딱딱했다 나무등걸, 아니면 어느 절벽의 바위를 건너왔을까 가끔 내 전생이 궁금하기도 했다 잔뿌리 하나 뻗지 않은 길고 굵고 둥글고 ..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1
김수우의 <수련이 지는 법>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82) 수련 지는 법 — 김수우 단골찻집 주인이 바뀌었더군 꽃핀다고 들러도 싱거운 눈웃음, 꽃진다고 들러도 맹물 손인사, 잊힐 뻔한 안부마다 한 톨 답례 고맙더니 그 씨앗 받아 여기저기 나누었더니 어느 결에 헤어지고 만 게야. 마음 비운 사이 수련 지는 ..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1
허림의 <능소화 붉은 밤>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81) 능소화 붉은 밤 — 허림 초희네 집 구름같이 모란이 벙글고 젖무덤만한 나무수국 뭉글뭉글 멍울지고 붉은 속살 터지듯 배롱나무 꽃 핀다 서로 등이 되어 휘감은 능소화 붉다 누가 피는 꽃을 말리겠는가 유독 붉은 발자국으로 내려앉아 지극에 이르는 ..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1
유금옥의 <냉이꽃>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80) 냉이꽃 — 유금옥 마당가에 냉이꽃이 피었습니다 냉이꽃 저만치 조그만 돌멩이가 있습니다 돌멩이는 담장 그늘이 외로워서 냉이꽃 곁으로 조금씩 조금씩 굴러오는 중입니다 종달새도 텅 빈 하늘이 외로워서 자꾸 땅으로 내려오는데 그것도 모르는 냉..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1
송재학의 <천남성이라는 풀>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79) 천남성이라는 풀 — 송재학 외할머니에게 남은 걱정이 있다면 사그랑이 몸뿐 꽃의 색깔이 잎과 같은 초록색인 천남성은 외할머니의 남은 것 중 몸에 가장 가깝지만 그 몸이 더 맑다 비 그친 하늘가에서 팔십 년을 보냈다면, 옆구리에 패일 찬샘처럼 잎..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1
김진길의 <담쟁이>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78) 담쟁이 덩굴 — 김진길 길이 막혔다고 불평하지 말라 여기 고독의 벽 아니면 나서지 않는 유별난 생애 앞에서는 그 조차도 사치다. 기침소리 한 방에 무너져 내릴 듯한 돌담 위 켜켜이 쌓인 침묵의 계단을 담쟁이, 자일도 없이 맨손으로 오른다. 낙상의 ..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1
김해경의 <나도냉이 대화법>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77) 나도냉이 대화법 — 김해경 왜 못보았을까 봄이면 산야에 지천으로 올라온다는 냉이 장에 가서 사다가 바지락 넣고 국 끓이고 데쳐서 나물 하고 냉이꽃 본 기억 없다 강원도 동당 가에 못보던 꽃 피었다 키가 멀대같아 아무래도 토종은 아닌 듯 애당초,..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1
안상학의 <거문도 동백나무>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76) 거문도 동백나무 — 안상학 아궁이가 있었을 적 거문도 동백나무는 대체로 땔감이 되었다 세상 추울 때 꽃 피워 불 밝힌 것도 모자라 아궁이에서 온몸으로 꽃이 되었다 능호관은 아내의 영결사에서 아무리 추워도 꽃나무는 때지 않은 아내를 추모했다 ..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