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훈의 <금낭화>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55) 금낭화 — 백승훈 햇빛 좋은 날 마당에 나가 꽃을 봅니다 붉은 잇몸 사이로 하얀 치아 내보이며 웃고 있는 금낭화를 봅니다 산벚꽃 흩어진 자리 온 산이 초록으로 물들어가도 여전히 해맑게 웃고만 있는 꽃 금낭화 속에서 당신을 봅니다 ‘금낭화’는 ..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1
신미균의 <홀아비바람꽃>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54) 홀아비바람꽃 — 신미균 울음을 입 안에 넣고 딱, 딱 소리나게 씹다가 네가 있었던 들판에 붙였다 귀뚜라미도 몇 마리 갖다 붙이고 빗방울도 몇 개 갖다 붙였다 가물가물한 저 강과 둑과 강 위를 날아가는 새도 갖다 붙였다 그 뒤로 아무도 없는 캄캄한 ..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1
도종환의 <담쟁이>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53) 담쟁이 —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1
이승철의 <변산바람꽃>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52) 변산바람꽃 — 이승철 급하기도 하셔라 누가 그리 재촉했나요 반겨줄 임도 없고 차가운 눈, 비, 바람 저리 거세거늘 행여 그 고운 자태 상하시면 어찌시려고요 살가운 봄바람은, 아직 저만큼 비켜서서 눈치만 보고 있는데 어쩌자고 이리 불쑥 오셨는지..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1
김관후의 <복수초>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51) 복수초 — 김관후 저 산허리에 발자국 하나 둘 셋 넷 꽃잎 오므릴 시간 총소리까지 아늑하다 그 소리 거두고 싶어 고개 내밀었을까 저 높은 눈밭에서 거두고 싶었는데 아픈 사연을 향기로 감싸고 싶었는데 눈 녹이며 고개 들었는데 산은 적막감이다 한..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1
민영의 <분꽃>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50) 분꽃 — 민 영 해질 무렵 장독대 옆 화단에 분꽃이 피면 이남박 들고 우물로 가던 그 여인이 보입니다. 육십년 전에 싸움터로 끌려가서 돌아오지 않은 정든 님을 기다리다가 파삭하게 늙어버린 우리 형수님 세월이 하 무정하여 눈물납니다. 분꽃의 이름..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1
김사인의 <개나리>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49) 개나리 — 김사인 한 번은 보았던 듯도 해라 황홀하게 자지러드는 저 현기증과 아우성 소리 내 목숨 샛노란 병아리떼 되어 순결한 입술로 짹짹거릴 때 그때쯤 한 번은 우리 만났던 듯도 해라 몇 날 몇 밤을 그대 눈 흡떠 기다렸을 것이나 어쩔거나 그리..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1
이문재의 <산수유>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48) 산수유 — 이문재 어머니, 저기, 늙어, 오신다 바람결 끝 풀어져, 끊어버린 방패연엔 어느새 이끼 情人 떠난 모진 길, 저기 탯줄처럼 풀어져 길을 내 속으로, 당기고 당겨, 묻는데 빛 없는 빛, 산수유꽃 저기, 어머니, 봄 안쪽에다 불을 켜신다 ‘산수유와..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1
원영래의 <할미꽃>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47) 할미꽃 — 원영래 외로워마라 살아간다는 것은 홀로서기를 배워 가는 것이다 잠시 삶에서 어깨 기댈 사람이 있어 행복하였지 그 어깨 거두어 갔다고 서러워 마라 만남과 이별은 본래 한 몸이라 엊그제 보름달이 눈썹으로 걸려 있다 더러는 쓰라린 소금..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1
김윤현의 <봄맞이꽃>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46) 봄맞이꽃 — 김윤현 추운 겨울이 있어 꽃은 더 아름답게 피고 줄기가 솔잎처럼 가늘어도 꽃을 피울 수 있다며 작은 꽃을 나지막하게라도 피우면 세상은 또 별처럼 반짝거릴 것이라며 많다고 가치 있는 것이 아니며 높다고 귀한 것은 더욱 아닐 것이라..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