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효치의 <모데미풀>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5) 모데미풀 — 문효치 하늘이 외로운 날엔 풀도 눈을 뜬다 외로움에 몸서리치고 있는 하늘의 손을 잡고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만 보아도 하늘은 눈물을 그치며 웃음 짓는다 외로움보다 독한 병은 없어도 외로움보다 다스리기 쉬운 병도 없다 사랑의 눈..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0
권대웅의 <나팔꽃>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4) 나팔꽃 - 권대웅 문간방에 세 들어 살던 젊은 부부 단칸방이어도 신혼이면 날마다 동방화촉(洞房華燭)인 것을 그 환한 꽃방에서 부지런히 문 열어주고 배웅하며 드나들더니 어느새 문간방 반쯤 열려진 창문으로 갓 낳은 아이 야물딱지게 맺힌 까만 눈..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0
김동명의 <수선화>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3) 수선화 - 김동명 그대는 차디찬 의지의 날개로 끝없는 고독의 위를 나르는 애달픈 마음 또한 그리고 그리다가 죽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 또다시 죽는 가여운 넋은 아닐까. 부칠 곳 없는 정열을 가슴 깊이 감추이고 찬 바람에 빙그레 웃는 적막한 얼굴이..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0
김해화의 <씀바귀꽃>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2) 씀바귀꽃 ― 김해화 요러케 크대먼 아그가 어찌게 애기다요 반 차비 내시오 핵교도 안 댕긴디 뭔 차비를 낸다요 반 차비 내랑께라 아직 애기랑께 그러네 및 학년이냐 나 학교 안 댕개라 집 나서 신작로까지 걸어나오며 어머니 내 귀에 못 박았지 나는 ..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0
송찬호의 <찔레꽃>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1) 찔레꽃 - 송찬호 그해 봄 결혼식날 아침 네가 집을 떠나면서 나보고 찔레나무숲에 가보라 하였다 나는 거울 앞에 앉아 한쪽 눈썹을 밀면서 그 눈썹 자리에 초승달이 돋을 때쯤이면 너를 잊을 수 있겠다 장담하였던 것인데, 읍내 예식장이 떠들썩했겠다 ..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0
정규화의 <영산홍>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 영산홍 ― 정규화 어떻게 알아냈을까 그리움은 색깔이 분홍이라는 것을 영산홍은 일제히 분홍색 꽃을 들고 창원역 앞에 서 있다 넋을 놓고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그리움을 담은 가슴이 있다 나도 영산홍 한 송이 바라보며 내게도 그리움이 있는가를 가..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0
이진욱의 <칡꽃>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19) 칡꽃 - 이진욱 첨탑을 타고 오르는 칡넝쿨 끝이 보이지 않는다 자신이 무모한 줄 모르고 고압에 닿을 때까지 사력을 다해 기어오른다 사랑을 위한 등정이라면 말리고 싶다 저긴, 너무 위험한 길이다 꽃을 피우기 위해 몇 볼트의 벼락이 필요할까 뿌리에..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0
신용목의 <민들레>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18) 민들레 ― 신용목 가장 높은 곳에 보푸라기 깃을 단다 오직 사랑은 내 몸을 비워 그대에게 날아가는 일 외로운 정수리에 날개를 단다 먼지도 솜털도 아니게 그것이 아니면 흩어져버리려고 그것이 아니면 부서져버리려고 누군가 나를 참수한다 해도 모..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0
정훈의 <동백(冬柏)>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17) 동백(冬柏) ― 정훈 백설(白雪)이 눈부신 하늘 한 모서리 다홍으로 불이 붙는다. 차가울사록 사모치는 정화(情火) 그 뉘를 사모하기에 이 깊은 겨울에 애태워 피는가. 정훈의 시 <동백(冬柏)>은 동백꽃을 시간적, 공간적, 촉각적, 시각적 이미지로 잘 ..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0
신대철의 <박꽃>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16) 박꽃 ― 신대철 박꽃이 하얗게 필 동안 밤은 세 걸음 이상 물러나지 않는다 벌떼 같은 사람은 잠들고 침을 감춘 채 뜬소문도 잠들고 담비들은 제 집으로 돌아와 있다 박꽃이 핀다 물소리가 물소리로 들린다 ‘초가지붕 마루에 / 흰옷 입은 아가씨 / 부드..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