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옥의 <채송화>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35) 채송화 - 강남옥 좀 알은 체해 주면 어때서 나 여기 살아 이토록 쓸쓸히 눈부시잖냐고 낮은 뜨락 환하게 꽃등 심지 돋우어도 키 큰 나무 잎사귀에 누워 거드름만 피우고, 내민 입술에 싱거운 바람만 얹어놓는 햇살이여. 그리운 눈길로 쫓아가면 마알간 ..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1
김춘수의 <물망초>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34) 물망초 - 김춘수 부르면 대답할 듯한 손을 흔들면 내려올 듯도 한 그러면서 아득히 먼 그대의 모습, ― 하늘의 별일까요? 꽃피고 바람 잔 우리들의 그 날, ― 나를 잊지 마셔요. 그 음성 오늘 따라 더욱 가까이에 들리네 들리네 아니 물(勿), 잊을 망(忘), ..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1
김다연의 <개망초>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33) 개망초 — 김다연 보기 흔한 잡풀이라고 함부로 뽑지 마라 그의 가슴에도 기다림의 씨앗이 묻혀있다 오만을 버리고 질기게 피워 올린 한 톨의 소금꽃 그도 귀한 손님이다. <개망초>를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다. 꽃 이름 앞에 <개>가 붙으면 ..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1
복효근의 <안개꽃>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32) 안개꽃 — 복효근 꽃이라면 안개꽃이고 싶다 장미의 한복판에 부서지는 햇빛이기보다는 그 아름다움을 거드는 안개이고 싶다 나로 하여 네가 아름다울 수 있다면 네 몫의 축복 뒤에서 나는 안개처럼 스러지는 다만 너의 배경이어도 좋다 마침내 너로 ..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1
신동엽의 <창포>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31) 창포 - 신동엽 축축한 찬비는 주룩주룩 나리는데 찬 유리창에 이마를 기대이고 남색 외로운 창포만 바라본다. 빗줄기 속에 떠올랐다간 조용히 숨어 버리는 못 견디게 그리운 모습 혈맥을 타고 치밀어오는 애수 고독 적막 눈물이 조용히 뺨을 흘러나린..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1
홍영수의 <동백꽃>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30) 동백꽃 — 홍영수 핏빛 한 웅큼 툭 떨어진다. 심장 덩어리 하나 서녘 노을에 짙게 물들며 때가 되어 지구 위로 낙하하는 저 숭고한 찰나의 긴 별리. ‘동백꽃’의 꽃말을 열정적 사랑(붉은 동백) 혹은 비밀스런 사랑(흰 동백)이라 하는데 그보다는 ‘깨..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0
정완영의 <감꽃>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9) 감꽃 - 정완영 바람 한 점 없는 날에, 보는 이도 없는 날에 푸른 산 뻐꾸기 울고 감꽃 하나 떨어진다 감꽃만 떨어져 누워도 온 세상은 환하다 울고 있는 뻐꾸기에게, 누워 있는 감꽃에게 이 세상 한복판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여기가 그 자리라며 감꽃 둘..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0
나석중의 <노루귀>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8) 노루귀 — 나석중 너무 아득한 산 속은 말고 너무 비탈진 장소도 말고 실낱같이라도 물소리 넘어오는 곳 간간이 인기척 소리도 들려오는 곳 메마른 설움도 푹 적시기 좋은 곳 귀 하나는 저승에다 대고 귀 하나는 이승에다 대고 ‘노루귀’를 처..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0
김종원의 <채송화>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7) 채송화 — 김종원 키가 작다고 어찌 미녀가 아니랴 칠월 펄펄 끓는 땡볕 아래 충청도 한산 모시 짜는 아가씨처럼 다소곳이 얼굴 붉히는 꽃 두 손 펼쳐 하늘을 우러러 별빛 쏟아지는 캄캄한 밤에도 파도 철썩이는 해풍을 온몸으로 맞으며 자줏빛 순정..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0
이현우의 <할미꽃>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6) 할미꽃 - 이현우 ‘어이구, 내 새끼……’ 가문 논바닥 같은 손으로 두 볼을 쓰다듬던 친할머니 품에 안겨 먼저 십리 길 외할머니 등에 업혀 나중 십리 길 깨며, 들며, 잠 보채던 등 굽은 이십 리 길 사위어 다 사위어 가슴 저미는 양지쪽 뜨락에 핀 눈물..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0